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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1위' 박원순 "서울 25개구 민주당 승리가 목표"

마덕춘 0 60 0 0


[경향신문] 지방선거 한 달 앞둔 여야 서울시 선거캠프 표정은

“수고 많으십니다.” 선선히 악수를 받아준다. 일부러 피해가는 사람도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그가 내민 손을 뿌리치지 않는다. 5월 15일 점심시간. 공보팀에서 알려준 시간보다 5분쯤 후 체크무늬 와이셔츠 상의 차림의 안철수 후보가 청계천 소라광장 앞에 나타났다. 이날 ‘후보 동선’은 즉홍적으로 결정됐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와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이 뒤따르며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입니다”라고 외쳤다.

시민들은 TV 화면에서만 보던 사람을 눈앞에서 보는 것을 신기해하는 눈치다. 용감하게 후보에게 다가가 휴대폰 인증샷을 청하는 사람도 있지만 삼삼오오 모인 젊은 직장인들은 “어? 안철수다, 대박”, 이런 말만 남기고 멀찌감치 서서 구경하는 모드다. 12시 45분. 안 후보는 무교동의 한 국숫집에 들러 늦은 점심을 했다. 수행하던 바른미래당 관계자들과 이야기할 짬이 되었다. “거 친노들끼리 짜고 하는 여론조사 우리는 안 믿습니다. 그래도….” 뒷말을 흐린다. 이미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낸들 우리에게 관심이나 줍니까. 기자회견을 해도 한 줄도 보도 안하는 언론들도 많은데.”

5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서울시 구청장 민주당 후보들이 선거승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준희 제공

“미래 안보인다”는 야권 캠프 사람들

이날 낮 일정은 1시간 만에 끝났다. 전날 안국동 안 후보 캠프에서 확인한 이날 공개 일정은 두 개였다. 하루에 10개 이상 일정을 소화하는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나 역시 10분에서 15분 단위로 촘촘히 일정이 짜여 있는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 쪽과 대조적이다. “TV토론 준비에 많은 힘을 쏟고 있어요. 기타 비공개로 중요한 분들은 만나는 일정을 가지고 있고….” 이상민 안철수 선대위 공보실장의 말이다. 전날 캠프에서 만난 한 바른미래당 당직자는 이야기 끝에 한숨을 쉬었다. “당내에서도 이야기해 보면 우리가 될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없어요. 캠프에 파견 나와 있는 사람들 중에선 몇 명이나 될지…. 솔직히 지방선거 이후의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저조차도.”

선당후사(先黨後私). 이번 취재를 하면서 기자가 김문수·안철수 후보 양측으로부터 똑같이 들은 출마의 이유다. 당이 원해서 후보가 결심했다는 것이다. 두 선본 모두 이번 선거가 어렵다고 인정하고 있다.

그래도 말은 이랬다. “남북정상회담이 잘되는 것 같지만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쉽게 핵을 포기할까요. 머지않아 실체가 드러날 것입니다. 그러면 숨어 있던 ‘샤이 보수’가 우리 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봅니다. 30~40%를 확보해 당선될 걸로 우리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만난 김문수 선대위 박성윤 부대변인의 말이다.

김문수 후보 캠프는 당사 3층에 꾸려져 있다. 기자가 박 부대변인을 만나 인터뷰하는 동안 정택진 대변인은 전화통을 붙들고 TV 후보 토론이 무산되었다며 박 시장 측을 비난하고 있었다. 계속되는 박 부대변인의 말. “미세먼지 대책도 그렇고 지역개발도 그래요. 박 시장 9년 동안 재개발과 재건축을 규제하면서 남은 것은 도시 슬럼화밖에 없지 않습니까. 개발을 죄악시하는 시정은 더 이상 안된다는 거죠.” 인상적인 것은 입구에 걸린 숫자판이었다. ‘김문수와 함께 서울 수복! D-29’라고 적혀 있었다.

- 6·25 때 서울 수복이 생각나는데 반공·안보 프레임으로 지지자 집결을 이룬다면 시장 당선이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그냥 되찾는다는 의미죠. 문자 그대로. 프레임 설정은 기자님이 하시는 것 아닙니까.” 김문수 선본은 당사 3층을 쓰고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건물 입구 로비에는 ‘김문수 서울시장 선거대책위원회 10층’이라고 적힌 입간판이 서 있다. 10층에 올라가보니 ‘접견실’에서는 회의가 한창이다. 당직자에게 물어 다시 3층으로 내려갔다. 2층 기자실은 텅 비어 있다.

5월 15일 안철수 서울시장 바른미래당 후보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정용인 기자

민원인 접견 등의 용도로 외부에 공개된 캠프 이외에 캠프가 자리잡은 빌딩에서 복수의 층을 비공개로 쓰는 것은 다른 후보 캠프들도 마찬가지다. 안국동 동일빌딩에 자리잡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 캠프가 외부에 공개하고 있는 사무실은 2층이다. 안 후보는 2층을 포함, 이 건물에서 총 4개 층을 임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민 실장은 “4층은 후보자가 쉬기도 하고 머무는 공간이고, 다른 층들은 정책총괄이나 조직팀이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일빌딩은 시민운동가 시절 박원순 후보가 이끌던 희망제작소가 있던 곳이다. 안철수 측 인사들은 “그것까지는 몰랐다”는 반응이다.

동일빌딩에서 대각선으로 맞은편 안국빌딩 4층에는 박원순 캠프가 입주해 있다. 박원순 측 인사는 “4층 말고 다른 층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날은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5월 14일이었다. 캠프는 아직 정식으로 오픈하지 않았다. 한편에서는 사무실 공사가 한창이었다. 내부로 걸려 있는 현수막에는 ‘시대와 나란히, 시민과 나란히’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 박 후보 측이 내건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 모토는 ‘나란히’인 듯했다. 입구 문 안쪽엔 ‘퇴근시 텔레그램 삭제 필수 확인’이라는 보안경고가 붙어 있었다. <주간경향>이 접촉한 캠프 핵심 관계자는 “공식 공보라인을 통해 말씀을 들었으면 한다”며 만남이나 통화를 피했다. 조심스러워하는 모양새다.

다시 도로 건너 안철수 캠프. “맞은편에 박 캠프가 있는 걸 알고 있다. 4층 말고도 밤 늦은 시간까지 항상 불이 켜져 있는 다른 층들이 있는데 그걸 보고 ‘아, 어디 어디가 박원순 쪽 사무실이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기자를 만난 캠프 실무자는 말했다.

‘선당후사’ 강조하는 안철수·김문수

기자가 1시간가량 머무는 동안 동일빌딩 2층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캠프’를 찾는 민원인은 딱 한 명이었다.

기자는 2012년, 이곳에서 300~400m가량 떨어진 공평동 빌딩에 만들어졌던 안철수 대선캠프를 취재한 적이 있다. 당시 희한한 광경을 여럿 목격했다. 멀쩡하게 민원창구가 있는데도 민원실 책상과 의자를 돌려놓고 찾아온 사람들의 민원을 받는 사람들. 같은 빌딩 다른 층에 사무실을 차리고 “우리가 진짜 안철수 캠프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치권 용어로 속칭 ‘광 파는 사람들’이 북적였던 풍경과 너무 대조적인 그림이다. 물론 그때는 대선이었고 지금은 서울시장 후보라는 점도 다르다.

“제 마음속에는 서울지역 25개 전 자치구, 두 군데 보궐선거 이기는 것밖에 없습니다. 완전한 승리를 통해서 문재인 정부에 날개를 달겠습니다.” 5월 16일 오후 여의도 국회회관에서 열린 중앙선대위원회 출정식에 참여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말이다. 이날 행사의 끝 순서로 서울지역 자치단체 출마 민주당 후보들과 단상에 오른 그는 “2018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민주당의 야전사령관이 되어 모든 힘을 다 바쳐 승리를 일궈내겠다”고 말했다.

5월 14일 예비후보 등록 후 그의 일정을 보면 실제 개인 유세보다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 일정이 두드러진다. 이튿날 시작된 그의 첫 유세일정은 송파였다. 민주당 박성수 송파구청장 후보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최재성 전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아침 박 후보는 개인 페이스북에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가는 첫 일정을 이렇게 정한 이유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당 후보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뛰는 격전지역 (지원유세를 통해) 서울 25개 구의 압도적 승리를 만들어 수도권의 승리, 더 나아가 전국적 승리를 만들어가겠다”고 적었다. 이후의 초기 일정도 마찬가지다. 구청장, 시의회를 가리지 않고 당후보 지원유세를 펴고 있다. 심지어 5월 17일 오후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광주까지 내려가 송갑석 서구갑 민주당 후보와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전국구’ 일정까지 소화하고 있다.

“5·18 행사 때문에 내려간 것 아닌가. 서울시에서 열리는 5·18 행사는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정무부시장이 참석하게 되어 있는데 그 자리에 가는 것은 모양새가 이상하고….” ‘박원순의 복심’으로 불리는 인사의 말이다. 친노의 견제로 당내 경선과정에서 소위 ‘박원순계’로 불리는 인사들 대부분이 컷오프되었다는 여의도를 떠도는 ‘설(說)’과 관련해 이 인사는 “실제 서울시 등을 통해 박원순 후보와 연이 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후보가 된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며 “논란이 되었던 지역구 등 공천과정을 살펴보면 무슨 ‘친노’ 그런 것보다 지역 현역의원이 자기 사람을 구청장으로 미는 과정에서 생긴 잡음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가 1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6.13 지방선거 서울 필승결의대회’장에 들어서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박원순 지지 60% 넘겨, 2위와 큰 격차

<주간경향>은 이번 지방선거 민주당 서울시 경선을 보도하면서 “차라리 본선이 더 수월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현재까지는 이 예측대로 흘러가는 것으로 보인다. 5월 16일 리얼미터가 인터넷 언론사 이데일리와 함께 발표한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원순 후보는 지지도에서 60.6%, 당선 가능성에서 66.6%를 기록하고 있다. 지지도에서 2위는 김문수(16.0%), 3위는 안철수(13.3%), 당선 가능성에서는 안철수가 2위(12.4%), 김문수가 3위(11.9%)를 기록하고 있다. 여론조사의 오차범위(95% 신뢰구간에서 ±3.4%포인트)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경우든 1위와 2위의 격차는 더블스코어를 넘어 트리플스코어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는 강남서권(강남·강동·서초·송파)에서도 박 후보는 60.5%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2위 김문수(16.9%), 3위 안철수(9.1%)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박신용철 KSOI 선임연구원은 “물론 아직 한 달 가까이 남아있기 때문에 정세 변화에 따라 구도는 바뀔 수 있다”면서도 “현재까지 진행상황을 보면 1등이 아니라 누가 2등을 차지해 지방선거 이후 야권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쥘 것이냐를 두고 벌어지는 각축전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관계 진전 등으로 전국적으로 진보 우위로 정치지형이 바뀐 상황에서 향후 정개개편의 시각에서 본다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2등을 누가 가져갈까는 여전히 중요한 상징성을 가진 문제”라며 “2등을 누가 차지하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유의미한 2등이냐, 아니면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냐에 따라서 자유한국당이든 바른미래당이든 2020년 총선에서 향후 대선까지 이어지는 정국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전 포인트는 박 시장이 내건 것처럼 ‘25개 전 지역구 석권, 2개 재·보궐 승리’라는 목표가 가능하냐는 것이다. 박신 연구원은 “실제 20개 이상만 실현돼도 ‘정치인 박원순’으로서는 나쁠 것이 없는 결과”라며 “다만 직전까지 그가 소통과 콘텐츠를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웠는데, ‘정치인 박원순’만 강조하다 보면 동시에 잃는 것도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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